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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이 없는데 알을 낳았어요!" 크레스티드 게코 무정란의 비밀과 산란 후 케어법

하루연가 2026. 2. 23.

크레스티드 게코 암컷 무정란 산란

 

초보 집사님, 많이 놀라셨죠?

 

크레스티드 게코를 키우다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그중에서도 초보 집사님들의 문의가 가장 폭주하는 사건!

바로 "우리 집엔 암컷 혼자 사는데 떡하니 알을 낳아놨어요!" 하는 순간입니다.

은신처나 바닥재를 청소하다가 덩그러니 놓인 하얀 알 두 개를 발견하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에 이상이 생겼나?" 하며 밤잠을 설치셨을 텐   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는 우리 아이가 집사님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증거니까요. 오늘은 암컷의 '무정란 산란'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드릴게요.


1. 짝짓기도 안 했는데 알을 낳는 이유

암컷 크레스티드 게코가 혼자 알을 낳는 것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의 '배란기'와 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입니다.

  • 건강한 성장의 증거: 아이가 자라면서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수컷이 없어도 스스로 난자를 만들어 알의 형태로 배출합니다.
  • 계절의 영향: 보통 봄이나 여름처럼 온도가 따뜻해지고 습도가 알맞게 유지되면 이런 배란이 자연스럽게 촉진됩니다.
  • 결론은 무정란: 수컷의 정자와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빈 껍데기인 '무정란'을 낳게 되는 것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암컷 무정란 산란

 

2. 우리 아이, 이제 엄마가 될 준비가 된 걸까요?

간혹 "우리 아이는 아직 태어난 지 1년 반도 안 지났는데 벌써 알을 낳아도 괜찮은 건가요?" 하고 몸집이 작은 아이를 보며 안쓰러워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 번식 가능 시기: 일반적으로 암컷 크레가 안전하게 메이팅(짝짓기)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생후 18개월(1.5년) 이후로 봅니다.
  • 산란 경험의 의미: 하지만 나이가 1.5년 미만이더라도, 이미 '무정란을 산란한 경험'이 있다면 그 아이는 번식할 준비가 충분히 완료되었다는 뜻입니다.

아이의 몸이 스스로 "나 이제 튼튼한 엄마가 될 수 있어요!"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예쁜 2세를 볼 브리딩 계획이 있으셨다면, 이때가 멋진 신랑감을 짝지어주기 좋은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산란 (알)

 

 

3. [매우 중요] 알 막힘(에그바인딩)을 막아주는 '습식 은신처'

암컷을 키우신다면 무정란 산란 시 반드시 조심해야 할 무서운 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알을 낳지 못하고 몸속에 품고 있다가 막혀버리는 '에그바인딩(Egg Binding)'입니다.

  • 숨겨서 낳으려는 본능: 암컷 크레는 본능적으로 축축하고 어두운 흙 속에 알을 깊이 파묻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 산란할 곳이 없다면?: 만약 사육장 안에 마음 편히 땅을 파고 알을 낳을 만한 장소가 없다면, 아이는 산란을 계속 참게 되고 결국 에그바인딩으로 폐사할 위험이 커집니다.

해결책은 '젖은 수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 크기 이상 자란 암컷 사육장에는 항상 **'습식 은신처(산란통)'**를 넣어주어야 합니다. 통 안에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젖은 수태나 코코피트를 넉넉히 깔아주면, 아이가 안심하고 푹신한 수태를 파고 들어가 무사히 알을 낳을 수 있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습식은신처

 

 

4. 산란 후 기력 회복, 칼슘제를 듬뿍 줘야 할까요?

알을 낳느라 홀쭉해진 배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에, 밥을 줄 때마다 영양제와 칼슘제를 듬뿍듬뿍 섞어서 급여하려는 집사님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잦은 칼슘제 추가 급여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요: 과도한 칼슘 단독 급여는 아이의 내부 장기에 무리를 주고 건강 밸런스를 크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 슈퍼푸드면 충분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질 좋은 '슈퍼푸드'에는 이미 크레에게 필요한 칼슘과 미네랄이 완벽한 황금 비율로 배합되어 있습니다. 
  • 정답은 꾸준함: 별도의 칼슘제를 자주 먹이기보다는, 평소 급여하시던 적절한 슈퍼푸드 식단을 정량에 맞게 꼼꼼히 챙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산란 후 기력 회복에는 완벽하게 충분합니다.

 

5. 낳아놓은 알,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캔들링)

발견하신 알이 무정란인지 혹시 모를 유정란인지 헷갈리신다면,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 손전등을 켜고 알을 살짝 올려보세요. 

확인 과정을 '캔들링(Candling)'이라고 부릅니다.

  • 유정란: 알 속에 붉은 핏줄이 뻗어 있거나 붉은 고리(레드 링)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 무정란: 핏줄 없이 속이 그냥 노랗고 투명하게 비치기만 한다면 100% 무정란입니다.

부화하지 않는 무정란을 사육장에 방치하면, 습한 환경 탓에 금방 상하고 곰팡이가 피어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캔들링으로 무정란임을 확인하셨다면 사육장 위생을 위해 미련 없이 버려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크레스티드 게코 알 검란 (캔들링) / 유정란

 

 


마치며: 고생한 아이에게 따뜻한 칭찬을!

암컷 혼자 무정란을 낳았다는 건, 그만큼 사육장 온습도를 잘 맞춰주시고 배부르게 잘 키워주셨다는 집사님을 향한 칭찬 훈장과도 같습니다.

당황해서 놀랐던 가슴은 이제 쓸어내리시고, 오늘 저녁엔 큰일을 치르느라 고생한 우리 예쁜 아이의 입가에 평소보다 조금 더 정성껏 슈퍼푸드를 묻혀주시는 건 어떨까요? 초보 집사님들의 건강하고 슬기로운 파충류 사육 생활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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